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렀다.
그만큼 나의 자신감도 자라고 있다.
1일차 기록을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7일차가 찾아왔다.
오늘은 지난 2주 동안 금연을 하며 겪은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금연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코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특히, 니코틴이 수면과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워 조사해 보았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까지 해보려 한다.
나의 흡연 이력
변화 이야기를 할 때는 과거 나의 정도를 말하는 게 설득력 있겠지.
조금은 민망하지만 적어본다.
나는 하루 10~15개비씩, 약 15년간 흡연했다.
금연의 이유는 건강보다는 "내가 그리고 싶은 나의 모습"을 완성해보고 싶었다.
이런 내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신체적 변화
1. 목 통증의 변화
아침마다 칼칼했던 목, 따끔했던 침 삼키기.
늘 가래가 끼어 있었고, 때로는 담뱃갑에 붙은 후두암 사진을 보며 나의 미래가 될까 불안하기도 했다.
금연 후 첫 1주일 동안은 오히려 목이 더 아팠다.
마치 마약을 끊은 주인공이 자신의 망가진 몸을 바라보듯, 나도 이미 망가져버린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니 흡연으로 손상된 목 점막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2주 차 즈음부터는 통증이 사라지고, 목이 가볍게 느껴졌다.
2. 밝은 피부톤
여자친구가 먼저 알아챘다.
“요즘 피부톤이 밝아졌는데?”
확실히 거울을 보면 피부가 한층 맑아지고 깔끔해진 느낌이다.
뷰티 블로거에게 인정받으니 괜히 기분이 좋다.
3. 좋은 향기
담배에 절어 있던 옷들을 싹 빨았다.
향수도 새로 뿌렸다. 나는 양쪽 허벅지와 손목에 한 번씩 뿌리는 팁이 있다.
(허벅지에서 올라오는 잔향이 은근 오래간다.)
요즘은 하루 5번 이상 양치하고, 민트 껌도 자주 씹는다.
입냄새에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젠 상대에게 더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 삶의 변화
1. 독한 놈이 되었다는 자부심
흡연은 내게 가장 고질적인 습관이었다.
그걸 끊어낸 지금,
“이것도 끊었는데 뭐든 할 수 있다”는 근자감이 생겼다.
사람들이 담배 끊은 놈이랑 상종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독한 놈이 나다."
이 미묘한 자부심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참 변태 같은 발상이다.
2. 집중력이 올라간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1시간마다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지금은 3시간 동안 책 한 권을 통째로 읽는다.
실제로 카페에서 옆 흡연자와 나를 비교하니 이 또한 변태 같은 재미가 있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일하는 시간이 늘었고,
나 스스로 집중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실감을 얻는다.
이 집중력이 앞으로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힘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내가 선택한 금연 방법
1. 금연 팀 만들기
주변에 금연 선언을 했다.
회사 동료, 친구들, 가족, 그리고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도.
반응은 의외로 강력했고, 여자친구가 가장 큰 지지를 해주고 있다.
칭찬 포도라는 유아용 놀이판을 사 와서 독서실에 놓았다.
금연 성공 시 하루 하나씩 포도를 붙이고, 30일째 되는 날에는 포도송이로 자축하기로 했다.
이 작은 놀이와 응원이 금연 의지를 계속 자극해 준다.
2. 보조제를 적극 활용하기
니코틴 패치 + 껌을 함께 사용했다.
특히 아침에 패치를 붙이면 하루가 훨씬 수월하다.
나의 경우, 금단 증상이 시작되면 혀가 까끌까끌해지는데
그 직후 강한 충동이 몰려온다. 마치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차 같다.
이때 니코틴껌을 씹으면 혀 감각이 흡연할 때와 같이 얼얼해지고 충동이 사라진다. (니코틴이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로팝 아로마 흡입기도 받았다.
멘솔보다 훨씬 시원하고, 코로 내쉴 때 아로마 향이 퍼진다.
흡연자들과 같은 공간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 재미있기도 하다.
니코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금연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니코틴 껌이나 패치도 결국 니코틴인데, 담배랑 뭐가 다른 걸까?
‘도파미네이션’이라는 책을 읽다가 쾌락과 고통은 시소처럼 함께 움직인다는 표현이 기억났다.
뇌는 쾌락 자극이 반복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통 자극도 준비한다고 한다.
즉, 반복해서 도파민이 분비되면 더는 같은 양의 자극으로는 쾌락을 느끼기 어려워지고,
오히려 그 자극이 없을 때 고통을 느끼는 상태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더 강한 쾌락을 얻기 위해, 뇌는 수용체를 더 많이 활성화시키려 하고,
결과적으로 같은 만족을 느끼기 위해 더 강한 자극, 더 많은 니코틴이 필요해진다.
이게 바로 중독의 구조다.
왜 니코틴은 중독을 유발할까?
니코틴은 뇌 안의 아세틸콜린 수용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도파민이 도파민 수용체에 닿으면 우리는 기분이 좋아졌다고 느끼며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 반복 구조가 결국 습관을 넘어서 중독으로 이어진다.
흡연과 보조제의 차이
구분 | 흡연 | 니코틴 패치 | 니코틴 껌 |
---|---|---|---|
흡수 속도 | 빠름 (10초 내) | 느리고 지속적 | 중간 |
도파민 분비 | 급격하게 증가 | 완만하게 유지 | 조절 가능 |
수용체 반응 | 과잉 자극 → 수 증가 | 안정적 자극 | 상대적 조절 가능 |
중독성 | 매우 높음 | 낮음 | 중간 |
흡연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도파민을 분비시키기 때문에 자극이 강하다.
반면 패치는 일정하고 느리게 니코틴을 공급하기 때문에, 뇌에 과도한 자극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니코틴 패치나 껌이 담배보다 중독성이 낮고, 금연 보조제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다.
니코틴 자체는 얼마나 해로운가?
니코틴을 담배의 주요 해악 성분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니코틴은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발암물질은 아니다.
흡연이 해로운 이유는 타르, 일산화탄소, 벤젠, 폴로늄 같은 유해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들이 폐와 혈관에 손상을 주고, 장기적으로 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이는 마치 니코틴이란 앞잡이들은 힘이 없지만 그 친구들이 위협적인 존재와도 비슷하다.
니코틴은 대부분 체내에서 대사 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며,
패치나 껌 형태로 사용할 경우에는 담배보다 훨씬 안전하다.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잠에 들었는데 전보다 훨씬 생생한 꿈을 꾸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니코틴과 수면과의 관계를 찾아보게 되었다.
수면 중 니코틴의 영향
수면은 4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 단계인 REM수면이 있다. 이 사이클이 90분 간격으로 반복되는 것이 수면사이클이다.
이 중 REM 수면은 기억을 장기화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중요한 단계다.
하지만 니코틴이 수용체에 작용하면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을 각성 상태로 만들고, REM 수면 중 꿈을 과도하게 유도한다.
나도 실제로 패치를 붙이고 자면 꿈을 여러 개 꾸고 피로가 덜 풀리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자기 전에는 패치를 떼는 걸 추천한다.
하루의 즐거움을 쌓는다
금연은 의지만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하루의 즐거움’을 쌓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고 즐겁게 해낼 수 있다.
나도 이 글을 쓰며, 또 하루를 쌓았다.
내일도, 다음 주도, 그리고 어느 날 문득 1년이 되는 날까지.
계속 써 내려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