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유럽여행 7일차(5/17) | 남프랑스의 여름, 매미와 와인 그리고 돌의 마을

2025. 6. 11. 21:23·Challenge/Daily

조깅 중 마주친 매미, 그때 그 매미

프랑스 남부 생트마리(Sainte-Marie) 마을을 조깅하던 중, 한 소품샵에서 매미 작품을 발견했다.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마주쳤던 매미 마그네틱—우리는 그때 주인만의 기이한 미적 감각이라고 웃고 떠들었던 바로 그 매미였다.

알고 보니 프로방스(Provence)는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햇살과 라벤더,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북부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산업화되어 있고 기후도 더 서늘한 반면, 남부는 전원적이고 온화한 기후와 지중해의 여유로움을 지닌다. 그리고 매미는 바로 이 프로방스의 상징이었다.

어떤 일이든 한 사람의 역사나 취향을 섣불리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프로방스의 상징, 매미


할머니의 조식, 그리고 프랑스 ATM과의 전쟁

우리는 아침에 주인 할머니께 말씀드렸던 조식을 먹게 되었다. “가격은 걱정 말라”라고 하셨던 그 할머니의 조식을. 조깅을 하러 나가던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는 열심히 우리의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다. 프랑스라는 나라답게 담배를 입에 무신 채,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그런데 지금껏 먹었던 조식 중 가장 정성스럽고,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풍성했다. (담배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격은 인당 4만 원 이상이었다. 우리는 마을로 달려가 프랑스 현금인출기와 싸워야 했다. 그 순간은 분명 달콤했지만, 웃으며 기억하기엔 조금 비쌌다. 그래서 우리는 정성은 가득했지만, 사악하게 느껴졌던 에어비앤비로 기억하게 되었다. 한순간에 친절을 베풀어주시는 옆집 할머니에서 음흉한 옆집 할머니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프로방스에서의 첫 경험은 아름다움과 당혹스러움이 공존했다.
그러나 여행은 계속되었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남프랑스의 대자연 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라멘, 토스트, 하몽, 계란후라이, 커피 과일. 정말 많은 음식을 차려주셨지만 배고파서 찍지 못했다
떠나기전 올리브나무를 바라본다


베르동 협곡, 물감 같은 호수와 자유

우리는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았던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을 피부로 느껴보기 위해 출발했다. 협곡에서 흘러들어온 호수의 빛깔은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고, 우리는 보트 위 몸을 맡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전동 보트를 운전해야 했는데, 처음이었던 터라 이리저리 부딪히며 요란한 출발 했고, 주인의 따가운 시선을 엔진으로 출항을 하였다. 호수 위에 떠 있는 그 순간, 너무도 자유로웠다.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 잠깐 넣었던 손도 금세 사타구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의 ‘나약함’이 오히려 나를 살렸다. 다음 날 아침, 한국 뉴스에서는 남프랑스 협곡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만약 그때 물에 뛰어들었다면 귀국 시 방역 검사를 받아야 했을지도 몰랐다.

때론 포기하는 법도 필요할 때가 있나 보다.

베르동 협곡. 보트가 우리를 기다린다
베르동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
어무니를 찍는 척하는 보트위의 나

 


퐁타잉에서의 잠깐의 쉼

다음 일정으로 퐁텐드보클뤼즈(Fontaine-de-Vaucluse)에 차를 타고 잠시 들렀다. 뭔가 아기자기한 동네였고, 협곡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 유속이 매우 빨랐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자 우리는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었다. 사실 큰 기억은 나지 않았던 곳이었다.

대자연 속 동상이몽
아찔한 높이에서 쏟아붙는 엄청난 양의 물줄기
초록초록 계곡과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는 사람들


돌의 마을, 고르드에서의 감동

그리고 우리가 기다리던 고르드(Gordes) 지역에 도착했다. 고르드가 왜 좋았냐고 묻는다면, 요새처럼 지어진 마을의 돌담과 골목, 문화유산처럼 느껴지는 그 구석구석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마을 자체가 아름다웠고, 날씨까지 완벽해 우리의 마음마저 들뜨게 만들었다. 알록달록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듯한 마을이었기에 더 정겹고 특별했다.

우리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야외 와인 바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마신 화이트 와인은 정말 맛있었다. 평소 와인 맛을 잘 모르던 나였지만, 이날만큼은 그 와인의 맛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듯했다.

고르드의 빛바랜 돌들의 거리
우리가 선택한 오늘의 식당
정말 맛있었던 화이트 와인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고르드마을
색은 비슷하지만 자연과 너무도 잘어울리는 고르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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