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후… 하는 순간 코를 찌르는 술 냄새와 지끈거리는 두통이 몰려왔다.
“또 다시 브레이크가 고장난 전호균이 미쳐 엑셀을 꽉 밞았구나…” 하며 혹여나 가족들 앞에 실수를 하지 않았을지 부끄럽고 두려웠다.
그래도 오늘은 포르투(Porto)에서의 마지막 오후!
허벅지 엔진에 시동을 걸고 조깅을 시작했다.
피 속을 흐르는 알코올을 조금이라도 땀으로 밀어내길 바라며.
술은 역시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진리를 오늘 포르투 아침 또다시 새겼다.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니, 가족들이 준비해준 계란과 따끈한 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다. 계란아. 그리고 나는 오늘을 살기위해 먹어야한다!” 라는 행복하지만 결연한 모습으로 수저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포트와인(Port Wine)이다.
포르투에 왔으면 포트와인을 안 마셔볼 수 없지! 참고로, 포트와인은 포르투갈의 도루(Douro)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강화 와인으로, 17세기 영국 상인들이 장거리 운송을 위해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햇살 좋은 날씨 속, 우리는 포르투의 명물 동루이스 다리(Ponte de Dom Luís I)를 지나 와이너리 ‘칼렘(CALEM)’으로 향했다.
CALEM은 1859년 설립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 하우스로, 독특한 와인 저장고와 전통적인 포트와인을 생산해왔다고 한다.

가는 길 잔디밭 위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멍하니 풍경을 바라봤다.
포르투의 여유, 이 맛에 여행을 하는거지


칼렘 와이너리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시음으로 끝나겠지 싶었던 내 희망은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와이너리 앞 입구의 작은 박물관에서 20분 동안 포트와인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자습하는 시간을 갖으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듣고 의심반 기대반 시간을 갖었다.
그때까지는 뭐~ 괜찮았다.
민머리 가이드 아저씨가 나타나셨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CALEM의 역사와 와인의 깊이에 대해 1시간 넘게 영어로 설명하신다.
주변 외국인들은 공감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이해도가 0%였다. 이게 뭐야? 공부하러 온거였네,,
그래서 슬쩍 귀를 닫고, 사진 찍으며 ‘나만의 포토타임’을 즐기며 시간을 달랬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 시간! 와인잔이 순서대로 놓이고, 가이드가 도수 낮은 순서부터 맛보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 순간 점점 왁자지껄해지는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기다렸다는걸 느꼈다.
첫 잔은 달달한 향과 맛에 잠깐 당황했지만, 한 모금 두 모금 넘어가며 혀끝이 점점 마비되듯 달콤함에 빠져들었다.
“포트와인…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어느새 나만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옆에 앉은 미국인 할머니가 “이 술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야.
마지막 잔 꼭 마셔봐!”라며 권했다.
그렇게 마지막 잔을 들이키니, 그제야 진짜 포르투의 맛을 이해한 듯했다. (하지만 다시 마시라고 한다면 또 반복될것같긴하다..ㅎ)


오늘 하루, 다시 한번 느낀다. 세계 어디를 가도 지식으로 듣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며 느끼는 게 훨씬 즐겁다.
내일은 니스(Nice)를 향해 떠난다. 포르투, 달콤쌉싸름한 포트와인과 함께한 이 하루를 잊지 못할 거다.
가자 색다른 Nice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