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30분. 어제 다짐한 조깅을 실행에 옮긴다.
우리 가족은 구성원만큼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역동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아빠, 큰누나, 그리고 나는 조깅울,
차분한 활동을 좋아하는 엄마와 작은누나는 산책을 택했다.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이 아닌 각자의 스타일대로 나아가는 것, 그게 우리 가족의 매력이다.
호시우 광장을 지나 해변가를 달린다.
(물론 뒤늦게 알게 됐지만, 해변이 아니라 테주강이었다는 건 비밀…)
리듬에 맞춰 달려가는 내 모습은 마치 제주도에서 러닝 하던 모습과 겹쳐진다.
정감 가는 투박한 주택 대신, 이국적인 파스텔톤 건물과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 속을 지나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결국 여행의 즐거움은 공간보다는 함께하는 사람과 그 순간의 감정에서 나오는 듯하다.
큰누나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강가를 달린다.
포르투갈행 비행기 안 ‘닥터 콜’ 방송이 나왔고,
술을 어느 정도 마신 누나는 나갈까 말까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방송의 기대에 답을 하였다고 한다.
환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환자 역시 자식이 응급의학과라는 얘기를 했다.
이름과 학교를 말하자 누나의 후배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세상 참 좁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느꼈다.
사명감을 가지고 누군가를 돕는 직업은 참 멋지다.
그런 직업엔 뭐가 있을까?
문득, 메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가 떠오른다… (왜 갑자기?)
오전 자투리 시간엔 집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지금 여행일기를 쓰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 고민하는 이 과정이 참 좋다.
… 물론 당신이 지금 재미없다고 느껴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점심엔 낮잠을 자고, 미식 투어 여정을 시작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음식에 대한 집착은 커진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홍대에서 나이 드신 분 보기 힘든 것처럼, 리스본은 젊은 사람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 리스본은 맛집의 도시다.
언덕의 도시답게 골목골목에 색다른 와인과 음식이 숨어 있다.
그린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그린 와인, 카스 닮은 국민 맥주 ‘슈퍼복’, 매콤한 삐리삐리 소스 등, 새로운 맛들이 혀를 즐겁게 한다.
소화를 시키며 지역을 둘러본다.
대항해 시대, 4.25 혁명, 대지진.
포르투갈의 굵직한 역사를 몸으로 느껴본다.
인도와 브라질을 식민지로 삼았던 대항해 시대. 그리고 브라질식 포르투갈어가 유명한 지금.
총구에 카네이션을 꽂고 시민 편에 선 4.25 혁명.
대지진과 해일로 도시가 무너지고 다시 재건된 리스본.
역사의 무게가 꽤 묵직하며 한편으로 단순하다.
하나 더 충격.
직원들의 최저시급이 약 130만 원이라는 사실.
이 물가에? 이 월세에?
하지만 그들의 느긋한 눈빛을 보면 왠지 ‘돈보다 삶’이 더 중요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깊이를 완전히 알 순 없지만 포르투는 단순하고 순수한 나라 같다.
우리는 투어를 다녀서 그렇다지만 현지인들도 한낮부터 맥주와 와인을 즐긴다.
해가 지고 나서야 비로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주를 찾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라이프스타일이다.
현지 직원들도 사람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삶에 대한 여유와 호기심이 배어 있는 눈빛.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테주강 앞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여행의 목표였던 ‘나에 대한 확신’과 ‘도전’.
그걸 위해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건 뭘까?
- 세상을 여행하는 노마드가 될 것이다.
-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그걸 일로 삼을 것이다.
- 한국에 돌아가면, 이 프로세스에 몸을 담가볼 것이다.
가족들과 집에서 요리를 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가족들과 사온 와인과 맥주 그리고 누나가 만들어준 문어밥과 스테이크를 먹으며 스스륵 눈이 감긴다.
오늘도 고생 많았습니다.
함께 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