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행의 시작이다!
유럽 여행의 첫발을 내딛는 과정. 20시간의 비행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시작 전부터 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벌써부터 여행을 마치고 포근한 이불속에 푹 파묻혀 쉬는 상상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인천-포르투갈 직항 비행기를 선택해 20시간에서 15시간으로 5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50만 원이라는 거금을 ‘육체노동’이라는 조건으로 아낄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카타르 도하공항에서 경유한다면 비행 시간이 5시간 더 길어지지만, 5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인가? 젊은이다!
젊은이는 누구인가? 몸으로 부딪히는 사람이다!
출발 직전 KFC에서 맥주 한 잔을 걸친 우리는 비행기 탑승과 동시에 곯아떨어졌다.
마치 스프링 사이사이 걱정과 기대라는 공백을 수면이라는 압축기로 납작하게 눌러버린 느낌. 이렇게 보면… 아인슈타인의 시간 상대성 이론? 그거 진짜 존재하는 거 아닐까?
도하공항에 도착했다.
카타르라는 중동의 도시에 있는 이 공항은, 이름 그대로 더울 대로 더운 사막도시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여자친구와 지갑을 사러 들렀던 성수 디올 매장의 확장판이 공항 전체에 구현된 느낌이었다.
사막 도시 한복판, 빽빽한 유리 건물 안은 마치 비닐하우스 속 농작물처럼 여러 나무와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고 그 또한 장관이었다.
한국인이 아닌 다양한 서구권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더 부풀었다.
카타르 항공의 승무원들은 TV에서 보던 짙은 화장과 또렷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었고, 우리와는 전혀 다른 외형이었다.
지나칠 정도의 다름은 묘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문화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졌다.
‘세상을 돌아다니는 직업’이라는 승무원.
그들은 매일 새로운 도시를 마주하고, 다양한 문화를 느끼며 살 테지.
나도 이처럼, 내가 사랑하고 한평생을 쏟아도 좋은 일을 찾아가고 싶다.
사명감, 즐거움, 일의 일치. 그 단어들을 되뇌이며, 나는 침을 흘리며 잠에 들었다.
포르투갈 도착! 리스본의 첫인상은 ‘햇살’이었다.
드디어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리스본 여행의 시작점은 ‘호시우 광장’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시작이자 베이스캠프도 바로 그곳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호시우 광장은 화창한 날씨와 함께 우리를 반겨주었다.
날씨 덕분인지, 아니면 우리가 부푼 마음을 안고 있어서인지, 우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킹스맨’에서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지만, 리스본에서는 날씨가 사람을 만드는 듯했다.
호시우 광장에서 뚜벅뚜벅 걸어 저 멀리 보이는 강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졌다.
그곳은 바로 코메르시우 광장. 이 광장은 강변에 있으며, 지진이 나기 전까지 왕궁 터였다고 한다.
광활한 광장, 사람들의 웃음소리, 햇빛에 반짝이는 비눗방울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포르투갈’이라는 나라를 오감으로 느끼게 해 줬다.
여유로운 속초 같다. 이런 감성, 한국인의 DNA는 못 버린다..
슬슬 배꼽시계가 울렸다.
해변가에 앉아 누나와 나는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구글맵에서 ‘우마’라는 해물밥 맛집을 발견했다.
리뷰도 많았고, 한국어 리뷰도 몇 개 보였다. 고민할 틈도 없이 곧장 달려갔다.
리스본 식당들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을지로의 야장처럼 거리마다 테이블이 깔려 있다.
우리도 그중 한 자리에 앉아 해물밥과 대구구이를 주문했다.
여행 에세이에서 해물밥을 꼭 먹어보라고 추천했길래 큰 기대를 했는데, 예측가능한 맛이었다. (토마토수프 위에 해산물을 넣고 조린 밥 같은 느낌,,)
그러나 색다른 ‘그린 와인’과, 와심이라는 직원의 유창한 한국어 솜씨 덕에 음식 맛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와심, 이 사람 뭔가 수상했다.
지나치게 많은 서비스를 주더니…
알고 보니 구글맵 리뷰를 부탁하려는 전략이었다.
그 정도면 다행이다.
후하게 별이 다섯 개!
22:00, 가족 합류.
그러나 우리 둘은… 곯아떨어졌다.
밤 10시, 누나와 부모님이 도착했다.
하지만 나와 작은 누나는 이미 기절. 전화조차 받지 못했다.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히 숙소를 찾아왔고, 우리는 모두 단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의 러닝을 기약하며.